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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독도를 지킵니다.”

평강이와유자 2008. 5. 23. 23:05


출범 2년 맞는 전문연구사업단

자연·생태 연구 ‘거대 화산체 위 돌출섬’ 확인

주변 바닷속 거대 해산·강한 심층해류도 발견


“과학으로 독도를 지킵니다.”

독도의 자연·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한테는 어떤 ‘연구 사명’이 배어 있는 듯하다. 2006년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출범한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전문연구사업단의 박찬홍 단장은 “독도에 과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널리 알려, 독도의 실효적 지배국으로서 철저한 관리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게 과학자가 독도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연구자 100여명이 참여해 독도의 해양 생태와 해수, 지질 연구를 수행해 온 사업단은 다음달로 만 2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독도 연구를 통해 드러난 독도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사업단 연구자들한테 들어본다. 사업단이 최근 ‘독도 종합정보시스템’(dokdo.re.kr)이란 누리집을 열어 일반인도 독도 연구의 최근 성과를 찾아볼 수 있다.

■ 독도는 2000m 거대 화산체 위의 작은 점 바닷물 위의 독도는 동쪽과 서쪽 두 개의 작은 섬과 수십개의 암석군으로 이뤄져 있다. 동도와 서도라 불린다. 동도는 높이 98.6m, 지름 450m이며 서도는 높이 168., 지름 500m다. 하지만 수면 위의 두 섬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김창환 해양연구원 박사는 “바닷물 위의 독도는 지름 10㎞, 깊이 2000m나 되는 거대 화산체 위에 작게 돌출한 두 점”이라며 “독도 주변 바닷속에는 거대한 ‘해산’이 세 개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돼 2005년 한국해저지명위원회가 ‘안용복 해산’ ‘심흥택 해산’ ‘이사부 해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연구를 통해, 바다 위에 솟아오른 독도 봉우리는 화산섬 독도의 분출구 주변(‘화구륜’의 일부)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화산섬 분출구의 정확한 지점이 어디인지, 독도의 독특한 구조가 동해 전체의 생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따위가 흥미로운 연구 과제로 꼽힌다.

■ 1800m 밑 ‘독도 심층 해류’ 발견 ‘독도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독도 주변에서는 상·하층의 바닷물이 수직으로 뒤섞이면서 표층 수온이 주변에 견줘 낮게 나타나는 현상이 관찰됐다. 조류가 강한 연안의 섬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먼바다에 있는 독도에서도 관찰돼 눈길을 끈다.

또 바닷물이 상층에선 남향 또는 남서향으로 흐르지만, 심층에선 독도 주변에서 최대 초속 28.47㎝로 북쪽을 향하는 강한 해류가 새로 발견됐다. 보통 심층 해류의 유속은 초속 몇㎝ 가량이다. 장경일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독도 심층 해류’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해 먼바다의 바닷물이 해저 울릉분지로 흘러들어오는데, 이 때 밀려든 심층수가 독도 주변에서 다시 먼바다로 흘러나가는 해수의 흐름이 1800m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심층 해류는 10~40일 주기로 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학 해양연구원 박사는 “해수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은 해양 연구의 기초 중 기초”라며 “독특한 해양 현상에 ‘독도’라는 이름을 붙여 외국에 널리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편, 몇 해 전엔 미국 연구팀이 독도 남서쪽 해역에서 차가운 물 덩어리가 빙글빙글 도는 독특한 해양 현상을 발견해 ‘독도 냉수 소용돌이’라는 이름을 붙여 학계에 널리 알린 바 있다.

■ 계절 따라 생태 다양…신종 잇따라 독도 연구가 본격화하면서 독도 생태의 계절 변화도 연구되고 있다. 동식물 플랑크톤의 변화는 변화무쌍하다. 식물 플랑크톤이 대규모 증식을 준비하는 3월엔 독도 주변의 엽록소 농도가 12월보다 높다. 또 동물 플랑크톤은 12월엔 난류 덕분에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종이, 3월엔 한류 덕분에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종이 번식해 계절에 따라 플랑크톤 종이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단은 독도에서 123종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분리했으며, 이 중 35종의 일부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신종의 미생물 6종을 발견했고, 신종 저서동물 2종을 찾아냈다.

박 단장은 “동해와 독도 해역은 다양한 해양환경 특성과 생태계를 지녀 국내외 학자의 관심을 끌 만한 더 없이 좋은 연구 대상”이라며 “독도(Dokdo)와 동해(East Sea)라는 이름이 국제학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널리 알려 독도 영유권을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새 생물종 ‘독도’ 학명 붙여 세계무대로
» <독도에서 발견된 신종 미생물>독도넬라 코레엔시스/독도니아 동해엔시스/동해아나 독도엔시스
‘외로운 섬’ 독도에는 다른 곳엔 없는 희귀 생물종들이 많다. 그래서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생물 신종들이 발견돼 ‘독도’라는 지명이 담긴 국제 학명이 붙는 일도 잦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04년부터 독도의 미생물 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찾아낸 새로운 생물종 가운데 모두 32종을 국제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윤정훈 박사는 “4속, 32종의 박테리아를 국제세균분류위원회 학술지에 정식 보고했다”며 “동해아나 독도엔시스, 독도넬라 코레엔시스처럼 ‘독도’ ‘동해’ ‘한국’ 같은 이름을 넣은 학명이 절반 가량 된다”고 말했다. ‘독도’가 붙은 학명은 13개다. 이 가운데 ‘동해아나 독도엔시스’는 지난달 한국 우주인 이소연씨가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가져가 세포 배양 우주실험을 하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전문연구사업단은 지난해 독도 생태계를 탐사하며 찾아낸 독도의 저서동물들 가운데서 신종 2종을 찾아내 ‘독도’와 ‘코리아’라는 말을 넣어 ‘프로카에토소마 독도엔세’와 ‘파라드라코네마 코레엔세’라는 학명을 붙였다. 윤 박사는 “신종의 학명은 발견자가 지명을 따 만드는 일이 많은데 ‘독도’가 든 이름엔 독도를 세계 과학계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한국 과학자의 소망이 담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