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의 시사논평

부시와 이명박은 닮은 꼴?

평강이와유자 2008. 11. 6. 14:51
부시와 이명박은 닮은 꼴?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면서 차기 우리나라 대선의 흐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피식’ 웃음부터 터져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은둔자’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4일 한 언론사의 자유게시판에서 “지금 미국언론은 미국대선을 보도하면서 숨은 조지부시를 찾는 기사가 일면에 오른다”고 밝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언론을 장식하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선이 임박해오면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은둔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말을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 등 가족들과 함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보냈으며 투표도 부재자 투표로 대신했다고 한다.

선거 전야와 당일 어떤 공식행사도 잡지 않은 부시 대통령은 4일 저녁 부시 여사의 생일을 기념하는 조촐한 저녁식사를 가지며 선거를 지켜볼 예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달 중반까지만 해도 월가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정책들을 쏟아내며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부시가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처럼 ‘꼭꼭’ 숨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시 대통령이 언론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제2의 부시'혹은 ‘부시 후계자’로 불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게 민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즉 부시의 기사가 신문 지면이나 방송에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존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표만 떨어뜨리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두더지처럼 숨어 다닐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현직 대통령이라지만 겨우 지지도 26%에 불과한 조지부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는가.

그저 언론의 눈에 뜨지 않게 방구석에 틀어박혀 숨어 있는 게 그나마 매케인 후보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일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4년 몇 개월 후에 치러질 우리나라 대선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도 지금의 조지부시처럼 처량한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미국 조지부시와 엇비슷한 수준인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율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지지율이 30% 밑으로 ‘뚝’ 떨어졌다. 문화일보가 창간 17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지난 27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통해 실시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27.5%다.

지난해 12월 28일 조사 당시 57.4%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10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물론 민주당 지지율 11.5%보다는 그나마 조금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언제 추월당할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실망한 국민들이 한나라당마저 불신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김진홍 상임의장은 4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봄쯤 (이 대통령)지지율은 40%대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같은 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임기 말인 5년 후에는 좋은 지지율을 얻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과 관련, “사이비좌파들, 그 반미 운동하시는 분들이 주축이 돼서 그동안 여러 가지 발목들을 너무 많이 잡아왔기 때문”이라고 남의 탓을 했다.

그러면서 추 전 비서관은 대운하 사업도 재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운하 사업과 관련, 여러 가지 정략적인 문제로 전혀 홍보를 못했기 때문에 반대론들이 판치고 언론에서도 반대되는 의견만 제시하다 보니까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참 답답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오를리 없다.

이로 인해 차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나라당 후보는 이 대통령에게 ‘꼭꼭’ 숨어 지내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부시의 운명과 MB의 운명은 닮은꼴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