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여행] `고창 해바라기` vs `청태산 야생화` : 꽃과 풀이 있는 초가을 여행
- 입추가 지난 대지엔 고추잠자리가 부쩍 늘었다.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 도중 잠깐씩 얼굴을 내미는 강렬한 햇살이 아직 무더위를 떠올리게 하지만 한소끔 불어드는 바람엔 벌써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유례없이 많은 비를 쏟아 부어댄 탓으로 올여름은 전반적으로 우중충하다. 이럴 때 바라보는 환한 해바라기는 마음까지 다 밝게 해준다.
이즈음 미식의 고장 전북 고창에 가면 하늘을 향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노란 해바라기를 만날 수 있다. 뭉게구름 아래 넘실대는 수만 평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이 장관이다.
반 고흐가 사랑했다던 눈부신 노랑에서는 '태양과 생명에 대한 예찬'을 흠뻑 느낄 수 있다.
▶ 학원농장 해바라기밭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격인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은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이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그 완만한 능선위에 훌쩍 자란 해바라기가 바람에 너울대는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이다. 파란하늘과 하얀구름, 그리고 초록잎새와 노랑의 어우러짐은 대지를 흔들어대는 바람 이상으로 경쾌하다.
마치 영화 '해바라기'속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 이국적 느낌 또한 물씬 풍긴다.
수만여평의 해바라기밭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담아낸다. 바람이 부는 방향, 태양의 위치에 따라 쟁반 같은 해바라기의 얼굴이 방향을 달리한다.
해바라기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망루에 올라서면 노란 물결의 감동이 물밀듯 밀려 온다. 꽃밭 가까이에서 바라보던 큼직한 해바라기의 자태와는 사뭇다르다. 부드러운 일렁임이 쉼없이 이어지는 노랑빛깔의 바다는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밭 가운데 전망 좋은 곳에는 초가 원두막이 있다. 비바람 몰아치고, 땡볕이 작열하는 동안에도 원두막만큼은 여유가 살아 있는 느릿한 공간이다. 원두막에 누워 처마끝으로 흐르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다. 명멸하는 수많은 형상이 심사에 따라 제각각으로 다가온다.
20여만평 규모의 학원 농장은 봄이면 청보리밭, 여름과 가을에는 해바라기와 메밀, 그리고 겨울이면 푸른 창공에 형형색색의 가오리-방패연이 생기발랄한 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좁은 땅덩어리에서만 살았던 탓일까. 광활한 스케일의 청보리밭을 일궈 놓자 사람들은 너나없이 '속이 다 툭 트인다'며 환호했다. 이후 하얀 메밀밭과 해바라기밭이 펼쳐지며 국내 최고의 꽃구경 명소가 되었다.
보리밭은 인근 선동초등학교 아이들의 놀이터다. 이른 봄 잔디만큼 자란 보리 새순을 아이들이 뛰놀며 보리밟기를 해준다. 보리가 한 뼘 길이로 자라는 3월 말부터는 보리밭에 탐방로를 만들어 방문객들을 맞는다. 구불구불, 줄을 쳐놓은 탐방로를 따라 보리밭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가 산책하고 추억도 담는다.
보리와 메밀의 중간은 해바라기가 지킨다. 이후 8월말, 9월초가 되면 팝콘처럼 망울을 터뜨린 하얀 메밀꽃이 하늘이 맞닿은 데 까지 펼쳐진다.
부드러운 구릉을 따라 이어지는 메밀밭은 '메밀꽃밭'의 원조격인 '봉평'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농장 전체에 한 달 이상 만발한다.
▶ 고창읍은 해바라기 천국
요즘 고창읍은 해바라기 천지다. 빈터엔 예외 없이 해바라기를 심어 시내를 한결 밝고 경쾌하게 꾸며 놓았다. 고창읍(읍장 유금성)에서 2007년 특수시책으로 월곡택지지구 내 미 건축부지 총 45필지(1만㎡)에 꽃밭을 조성하게 된 것. 잡초와 쓰레기 더미가 쌓이던 공간이 도시미관을 살리는 명물이 된 셈이다.
3월에는 천인국과 루드베키아를, 5월에는 해바라기와 목화를 심어 8월엔 해바라기, 10월이면 목화솜이 하얀 다래를 터뜨리게 된다.
고창천을 따라 수변에는 창포를 심고 천변에는 1㎞ 국화길과 칸나, 설악초, 그리고 주요 도로에는 10㎞ 코스모스 꽃길도 조성했다.
평소 꽃사진 전문 촬영가로 활동 중인 김종원 부읍장은 "도시의 품격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꽃을 심게 됐다"면서 "주민에게는 쾌적한 생활공간을, 관광객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꽃 심기야 말로 최고의 미관사업"이라고 말했다.
◆ 고창 미식기행 3선▶ 백합정식
- ▲ 백합정식
고창은 장어 말고도 또 다른 별미가 있다. 백합정식이 바로 그것이다. 청정 심원갯벌에서 캐낸 백합을 구이, 탕, 죽, 회, 초무침 등으로 상에 올린다. 특히 미식가들 사이 봄, 가을 별식으로 통하는 백합은 쫄깃한 육질은 물론 시원한 국물 맛이 속 풀이에 그만이다. 읍내리 다은 회관이 대표적 백합전문 요리집으로 통한다. 워낙 백합 자체의 맛이 좋아 별도의 조미료를 쓰지 않고 국물맛을 내는 것도 특징. 탕, 죽, 구이, 회, 초무침이 한꺼번에 상에 오르는 정식(사진)이 1만8000원(1인 기준), 탕 2만원(3인 기준), 구이 2만원(한 접시), 죽 6000원. (063)564-6543
▶ 풍천장어
- ▲ 풍천장어
고창 미식의 대명사격이다. 본래 고창 풍천(인천강)으로 회유하는 장어를 잡아 구이와 탕 등으로 즐겼다. 이제는 회유어족이 풍족치 않아 주로 양식에 의존한다. 고창 읍내와 선운사 입구에 장어집이 성행한다. 고창 토박이들 사이에는 선운사 입구 참조은집(063-562-3322)이 유명 맛집 중 하나로 통한다. 10여 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든 소스가 특징. 보신 음식의 의미를 더한데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이나, 흙냄새도 없애준다. 죽염과 당귀잎, 참나물 무침, 묵은지 등을 상에 올리는 등 식자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이 집 장어(사진)는 고기가 밝고 노릇한 빛깔을 띠는데, 잡을 때 피를 제거하는 수고를 감수하기 때문이다. 여자 화장실도 늘리고, 문턱도 없애는 등 나름 고객수용태세를 갖춘 집이다.
▶ 한우 생고기
고창은 어패류 뿐만 아니라 육류도 풍성하다. 그중 고창읍 KT 인근 한우 전문 생고기집 '미담' 또한 고창사람들 사이 맛집으로 통한다. 장성에서 갓 잡아 온 암소 엉덩이살, 사태살, 차돌박이, 앞다리살, 꼬리살 등을 상에 올린다. 회처럼 생고기 상태로 먹기 때문에 그날 도축한 것만을 쓴다. 부위가 적게 나오는 관계로 3가지씩 모듬(180g 2만원)으로 낸다. 꽃등심(2만3000원), 갈비살(2만원) 등 구이도 맛볼 수 있다. (063)564-3535
◆ 여행메모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고창 IC~15번 지방도 무장면 소재지~무장 오거리 좌회전~팻말 따라 선동리 학원농장.
▶ 그 밖의 볼거리
고창은 문화유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조선 초기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고창읍성, 고찰 선운사, 미당문학관, 신재효 생가 등 곳곳에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 이색 체험염색 공예 '자연愛(www.jayeon-ae.com)'
고창을 대표하는 천연염색 체험장(대표 김영남)으로 무장면 목우리 목우마을 입구에 전원풍의 체험 시설을 갖췄다.
소나무와 베롱나무, 이팝나무, 메타쉐콰이어 등이 심어진 수목 농장 안에서 학생, 일반인, 외국인 등 고창지역민은 물론, 고창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쪽, 메리골드, 국화 등 염료 소재로 물들인 생활용품 제작과 떡, 한과 등 우리 살림살이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도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다.
친환경적인 황토벽지로 연출된 전시실, 제품디자인실, 다실 등이 있으며, 황토침구, 황토 평상복, 염색 커튼, 액자 소품 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063)564-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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