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사례를 쌀로 바꿔 베푼 이노우에 시로
참고사항 / 2008. 1. 25. 23:50
004 사례를 쌀로 바꿔 베푼 이노우에 시로
하이쿠(일본의 단형시)의 작가로서도 이름 높았던 오와리의 이노우에 시로는 당시 전국에 이름을
떨치는 명의였다. 배포가 커서 많은 기행과 갖가지 색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이 일화도 그 중 하나다.
어느 날 겐추사의 화상이 중병에 걸렸는데. 용하다는 의사가 수없이 드나들어도 차도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시로가 치료하였는데, 그것이 효력이 있어 화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겐추사는 오와리 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영묘로 지어진, 부에서 으뜸가는 큰 절로 세력이 대단했다.
병이 완쾌된 것을 크게 기뻐한 화상은 막대한 사례금을 보냈다.
그러나 시로는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과분한데요."
심부름 왔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갔는데 곧 다시 찾아와서 애원했다.
"화상님이 꼭 드리고 오라고 해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만약 받지 않으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제발 저를 도와주신다 생각하시고 받아 주십시오."
시로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물었다.
"할 수 없군요. 그렇다면 제가 받은 액수를 사람들에게 알려도 상관없겠습니까?"
"그건 뜻대로 하십시오."
굳이 비밀로 할 필요가 없어서 심부름 온 사람은 마음대로 하라고 대답하고 돌아갔다.
그러자 시로는 곧 집앞에다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서 붙였다.
'이번에 겐추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례금을 받았는데, 내가 갖기에는 너무 과분하다.
세상에는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이 돈을 전부 쌀로 바꿔서 나눠주고 싶다.
받고 싶은 사람은 며칠 몇 시까지 찾아와 주기 바란다.'
쌀을 나눠주겠다는 날이 되자 시로는 집 문 앞은 밀치락달치락하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시로도 직접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서 쌀 나눠주는 것을 도와주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엄격하게 평가하면서도 자기를 평가할 때는 좀처럼
같은 척도로 하지 못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실질적인 가치는 5밖에 없는데도 10의 가치를 매기고 싶어한다.
가치를 갑절로 매기고도 태연해 한다.
자기 과신도 여기에 이르면 애교로 봐 주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하면 우리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짓을 한다.
특히 위의 일화와 같이 다른 의사가 모두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환자를 치료하여 완쾌시킬 정도라면
누가 보기에도 대단한 의술이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쉽게 자만에 빠지고 거만하게 어깨에 힘을 주고 뽐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로는 단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면 담담하고 태연한 태도를 취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것은 얼핏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극히 어려운 경지다.
그런 경지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사례금을 과분하다고 거절하고,
억지로 떠맡기니까 어려운 사람에게 송두리째 나누어주는 애정을 물 흐르듯이 베푸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일화는 따끔한 채찍이 되어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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