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장 인상적인 남이섬에서의 추억
남이섬을 계속 돌아보았습니다. 겨울연가의 촬영지지만 아무래도남이섬은 가을이 가장 인상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노래를 들었을때 특정한 계절을 떠올리는것, 혹은 어떤 장소를 떠올렸을때 그 계절의 냄새가 절로 느껴지는것, 그런 경험이 있으신지요.
제 마음속의 남이섬은, 언제나 가을입니다.
남이섬엔 특별한 건물이 없지만, 그렇기에 손을 대도 상관없는 주변의 자연스러운 소품들 하나하나가 추억이 되는 곳...
남이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입니다.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 가로수길에 아무도 없을때 찍은 사진이 참 예뻐 보이던데, 그런 사진을 찍으려면 새벽같이 와야할것 같아요 ^^
조금 걷다가 아무런 벤치나 돌부리에 앉아서 잠시 또 쉬고, 가을바람을 느끼고, 뛰어가는 청설모를 보고.
그러나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건 가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이 많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산소만큼이나 풍겨내는 행복과 추억의 아우라.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요... ^^ 그냥 길바닥에 만들어 놓았지만 누구 하나 흐트려 놓은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나 이런걸보면 흐뭇할테죠.
단풍보다는 은행이 훨씬 가을을 빨리 타는듯 합니다. 노랗게 변한 은행잎이 바닥을 가득 덮었습니다.
다음주에는 은행잎이 탐스럽도록 내려앉은 서울대 후문이라도 가볼까봐요... ^^
구수~ 한 냄새가 살살 풍겨서 하늘을 보았더니 너무나도 많은 은행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화장실 냄새같은 이런 구수한 냄새조차도 가을바람과 노란 은행잎과 함께 있으면 왠지 싫지가 않습니다.
피아노 연주하기? ^^
남이섬에 하나 더 바라는것이 있다면 음악을 함께 채워넣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겁지 않은 클래식 음악이나 가벼운 야외연주 같은것들이 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
절대로 기차타고는 들고올 수 없는 첼로가 왠지 아쉬워졌습니다.
실제로 가끔씩 운행되는 남이섬 기찻길......
멀리서 빠앙- 하는 소리를 내며 기차가 달려옵니다. ''추억열차''라는 이름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것 같습니다.
빨간 물감으로 칠해놔도 이렇게 빨갛게 물들기는 힘들것 같은 단풍나무.
보온병에 뜨거운 물이라도 담아올걸 그랬나봅니다. 아무도 없는 낙엽숲속 벤치에 앉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신다면 이보다 행복할 순 없겠죠. ^^
저녁 5시가 되었습니다. 7시4분전 청량리행 기차를 예약해 놓았기에 나가려고 부둣가에 갔더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줄을 따라서 뒤로뒤로 가는데... 줄이 끝이 없습니다 ㅡㅡ;; 거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끝까지 가야 줄이 끝나는것 같아요 ^^: 한참을 기다려서 배를 타고 선착장에 도착. 이번엔 또 택시전쟁이네요. 2시간전부터 나오려고 했는데 기차시간에 바듯하게 맞춰서 도착하였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차안, 나른한 기분의 맥주 한 캔은 기차여행의 마무리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죠.
기차는 1시간반을 달려 청량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청량리역은 한참 민자역사 공사중이어서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경춘선을 타고 여행 다녀온 연인들, 대성리나 강촌에 엠티 다녀온 대학생들, 그리고 많은 등산객들이 붐빕니다. 역사를 나갔습니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갔더니 환승센터라는 것이 생겨서 마치 공항에 온것같은 기분입니다. 수십년간 대한민국 집창촌의 대표격이기에 그 지명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 되어있는 청량리는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때는 청량리역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할 마치 할렘과 같은 이미지의 장소였습니다. 청량리역엔역전광장에만 있어도"너 무작정 상경했지?"라며 접근하는 무서운 아저씨들이 많이 있는 장소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와 2000년대의 청량리는 이렇게 과거를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어떤 것들은 이렇게 과거를 부인하듯, 혹은 과거를 잊어가는 것처럼 빨리 변해갑니다. 하지만 기타 하나를 매고 대성리나 강촌행 기차를 타는 대학생의 낭만이나, 은행나무가 온통 노랗게 물들고 단풍잎이 새빨게 물드는 계절에 연인과 함께 남이섬을 찾는 추억은 2000년대가 되도록 그때와 다를것이 없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남이섬이 분위기좋고 연인과 함께 갔을때 자칫 배끊기기 딱 좋은 여행지 추천 1순위였지만 지금은 저녁 9시까지 배편이 있어서 그런 수작은 거의 통하기 힘들다는 사실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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