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시들지 않을 꽃
좋은 글귀 / 2008. 9. 25. 18:46
가을비 소리가 정겹다
이제는 9월
가을비는 서늘함으로 내리고 추억으로 스민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고단하고 지난했던 여름 길가에
작은 위안으로 피어있던 꽃들도 서둘러
지고
찬 기운에 몸을 낮추리라
가을엔 가을꽃이 피어나겠지
저들대로 피어나 머물다 가리라
사철 꽃은 피고 지지만
꽃은 언제나
자기 시간에만 잠시 모습을 드러내고 간다.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욕망
화무십일홍
가을이 오고
시린 겨울이 와도
내게는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내 가슴 속에 피어있는꽃
사랑으로 피어나
아쉬움과 환희를 거름으로
아리고 촉촉하게,
화사하고 황홀하게 피어있는 꽃
오늘
가을비와 서풍을 맞는 내 창에
빈 화병 하나 얹어놓았다
그 화병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가슴에서 꺼내어
꽂아놓는다
꽃에
빗방울이 맺히고
갈바람에 실려 다가든 향이
다시 가슴에 담긴다
한결같은 자태로
짙은 향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을 꽃
가을엔 희망으로 피어있고
겨울에도 온기로 남아있으리라
그리고 새 봄이 오면
내 가슴 터를
걸게 가꾸어서
더 아름답고 짙은 향으로
머물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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