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어린 스승과 나이 많은 제자
060 어린 스승과 나이 많은 제자
이토 사치오는 마사오키 시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가인으로, 이른바 경쟁 관계에 있었다.
실제로 아무리 사소한 차이를 놓고도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그러는 사이에 사치오는 시키가 자신보다 한층 더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시키를 찾아갔다. 그리고 직접 시키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접하고 크게 기뻐하면서 자신보다 세 살이나 어린 시키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치오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허심탄회하게 노래를 사랑하고 시키를 스승으로 존경했다.
그리고 만나기만 하면 언제나 토론을 즐겨 밤이 으슥해지는 것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동이 틀 대야 사치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시키가 죽자 사치오는 한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그에게는 더 이상 스승으로 섬길 만한 사람이 없었다.
사치오는 새로 스승으로 섬길 수 있는 것은 '만엽집'뿐임을 깨닫고 마침내 단가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다.
본래 그래서는 안 되지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은 경쟁 의식을 느끼고 서로를 견제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좀처럼 머리를 숙여 스승으로 모시려고 하지 않는다. 하물며 상대의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면 그저 연상이라는 것만을 내세워 거세게 벋댄다. 같은 길을 걷는 사이라는 것에 쓸데없이 구애되어 상대의 발밑에 무릎꿇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굴욕으로 여긴다.
그러나 스승이란 말할 것도 없이 그 길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상대에게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를 스승으로 우러러보고 그 가르침을 얻는 것이야말로 그 길을 보다 잘 걸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진하겠다는 의지가 굳으면 굳을수록 이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사치오가 단호하게 결심하여 일체의 잡음과 구애를 떨쳐버리고 시키의 제자로 입문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 길에 대한 순수한 의욕에 힘입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사치오가 어린 시키의 문하생이 되겠다는 용기를 발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훗날 그 길의 왕좌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베이컨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더욱 허리를 낮추고 남에게 배우려고 한다."
우리는 걷는 길에서 뿐 아니라 별 것도 아닌 시시한 것에 구애되어 쓸데없이 어깨에 힘을 주는 일이 많다.
그런 태도야말로 더없이 어리석다는 것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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