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한집안 식구
050 한집안 식구 시즈가타케의 시지흔야리로 이름 높은 가토 요시아키는 중국에서 전래된 10개가 한 짝을 이룬 '무시쿠이낭킹'이라는 명기를 비장하고 있었다. 남색과 흙색이 잘 어울린 명품으로, 요시아키는 이것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 어지간히 귀한 손님이 아니면 내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귀한 손님이 오자 하인에게 명하여 명기 하나를 내오도록 했다. 그러나 하인은 긴장한 나머지 그것을 떨어뜨려 두동강을 내고 말았다. 하인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제 옥에 갇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쩌면 목이 잘리거나 할복하라는 명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각오하고 어전을 물러나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튿날 아침, 과연 사자가 왔다. 곧 어전으로 나오라는 것이었다. 하인은 죽음을 각오하고 속옷까지 갈아입고 어전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요시아키는 하인을 보자 밝게 웃으면서 남아있던 무시쿠이낭킹 아홉 개를 모두 깨뜨려 버렸다.
말할 나위도 없이 하인은 그 후 요시아키의 손과 발이 되어 충성을 다했다.
아무리 역사적인 내력이 깊다고 해도 또한 아무리 그것이 예술적으로 뛰어난 것이라 해도 인간의 존엄성과 비교할 수는 없다. 애당초 그 두 개를 나란히 놓고 경중을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것은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에 대한 우리의 고집스런 집착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시하게 만든다. 물품의 역사적 내력이 깊고 예술적으로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미련하게 집착하면서 인명마저 경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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