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의 <몰입의 5원칙>
조선 왕조 5백년 역사에서 선비라는 계층만큼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한 계층은 없을 것입니다. 조선의 선비라는 계층은 오늘날 우리가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일명, 독서하는 사람이라는 선비 계층은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와 그리고 활동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야에 있을 때에는 지역 사회의 여론 주도 계층이었고, 지역의 분쟁을 조정하는 해결사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왕권의 강력한 견제자로써 그 정책의 부당함을 목숨걸고 저지하는 그런 계층이기도 했습니다. 또 나라가 위급할 때에는 붓을 꺽고 칼을 들었던 구국의 열사이기도 했습니다. 선비는 때론 부정적인 면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허위의 양반'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세상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삶과 지식속에서만 안주하는 고집 센 사람의 표본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즉 '수구와 아집' 꾼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조선 왕조 5백년을 이끌어 왔다고 해고 과언이 아닌 이 계층의 가장 긍정적인 특징 하나를 들라면 바로 '몰입'이 가능한 계층이었다는 것입니다. 선비들은 독서에 몰입하는 훈련을 어려서부터 받았습니다. 어떤 책이든 잡으면 완전히 독파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해서 그 뜻을 추적해 나가는 몰입의 방법을 몸에 익힌 사람들이었습니다. 몰입?훈련은 다양한 방면에서 발휘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선비들은 섬으로 유배를 가서 해양 생물에 몰입하여 전혀 전공과는 다른 바다 생물에 대한 백과전서를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또 어떤 선비는 의학에 몰입하여 한국인의 풍토와 인물에 맞는 의학서를 저술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들의 관심 영역에 들어오면 무서울 정도의 열정과 몰입하여 그 이치를 깨달았던 사람들입니다. '선비의 몰입' 오늘날 우리가 개선해야할 선비 정신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중용을 보면 선비의 몰입에 관련된 5가지 몰입의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博學(박학)=배우려면 널리 배워라! 둘째, 審問(심문)=물으려면 깊이 파고들어 물어라! 셋째, 愼思(신사)=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생각하라! 넷째, 明辯(명변)=판단하려면 명확하게 판단하라! 다섯째, 篤行(독행)=행동하려면 독실하게 실천하라!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중용에 나오는 다섯까지 몰입에 관한 이론입니다. 또 중용에서는 다섯까지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0, 군자는 배우지 않을 지언정 배우려면 통달하지 않고는 그만 두지 않는다. 0, 물으면 알지 않고는 그만 두지 않는다. 0, 한번 생각하면 해답을 얻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는다. 0, 판단하면 밝히지 않고는 그만두지 않는다. 0, 실천하면 확실히 실천하지 않고서는 그만두지 않는다.
그 무엇이든지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그 몰입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선비들은 이 다섯까지 몰입의 이유에 근거하여 어떤 분야든 끝까지 그 원리를 깨치고 바닥을 보는 것이 선비 됨의 자세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한 분야에 대한 그 노력과 열정을 중용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한번에 그 일을 했다고 해도 나는 백 번 시도해 그 일을 해내고야 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열 번만에 그 일을 해냈다 해도 나는 천 번이라도 해 그 일을 해낼 것입니다. 군자의 학문은 안 하면 안 했지 한번 한다고 하면 반드시 끝장을 보는 것입니다.
저는 이 중용의 구절을 읽을 때마다 그 어떤 전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돌아보게 합니다. 넓은 배움과 그리고 깊은 물음, 신중한 생각과 범상치 않은 선비들의 몰입의 방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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