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훈장을 마다한 퀴리 부부
071 훈장을 마다한 퀴리 부부
라듐을 발견하여 세계의 물리학계를 놀라게 한 퀴리 부부에게 노벨상이 주어졌다. 어느 날 부부를 찾아온 한 신문 기자가 수상 소감을 묻다가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 정부도 당신들에게 레종 드 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기자는 퀴리 부부가 프랑스 최고 영예를 얻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피에르 퀴리는 얼굴을 들고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훈장을 수여하는 일 같은 건 그만두어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훈장 같은 건 조금도 원하지 않습니다. 과학자가 가슴에 훈장을달아 봤자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 사실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훈장보다는 훌륭한 연구소입니다."
그때 마침 예닐곱 살 가량 먹은 금발의 소녀가 달려왔다. 선한 눈에 이마가 넓은 아이였다. 퀴리 부부의 딸 이렌이었다. 피에르는 딸을 껴안고 기쁜 듯이 말했다.
"바람이 하나 더 있다면 이 아이가 내 뒤를 이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것입니다."
곁에 있던 마리 부인도 남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렌은 아빠의 뒤를 잇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야 해."
그녀는 상냥한 눈빛으로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크게 감동을 받은 신문 기자는 이튿날 신문에 그 이야기를 크게 보도했다.
세상의 명성과 이익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의외로 집요하고 강해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통 욕망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학문마저 욕망 충족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물론 실망하면서도 그 모습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웃지도 못한다. 인간은 욕망의 도가니에 갇혀 살아가는 슬픈 존재일 지도 모른다. 욕망의 도가니 속에서 서로 꿈틀거리기 때문에 훈장이 주는 세속적인 영예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퀴리 부부의 순수한 행동은 큰 감동을 준다.
가련한 거짓 몸짓을 버리고 퀴리 부부를 마음의 거울로 삼자.
게다가 딸을 안고 그 얼굴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따뜻한 눈길이 얼마나 순수한 것인지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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