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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意事必成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 뜻을 품고 있으면 이룰수있다 010-7641-1981 평강이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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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의 군자와 미인들

국내외를 막론하고 화장실에서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만 해도 몇 개의 언론보도가 눈에 띕니다. 일본의 어느 경찰관이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 사진을 찍다가 들통났는가 하면, 영국의 어느 기업인 부부는 화장실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다 망신을 당했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서는 서로 먼저 볼일을 보겠다며 다투다가 급기야 총탄이 발사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요지경 같은 화장실 사건들을 보면서 언젠가 외국 언론인들과 대만 타오위엔(桃園) 일대의 문화시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려고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우리 일행을 안내하던 가이드가 먼저 화장실 사용에 대한 설명부터 꺼냈습니다. 그렇다고 얘기 자체가 그렇게 복잡했던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남자는 왼쪽 칸을, 여자는 오른쪽 칸을 사용하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각국에서 신문,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설마 화장실의 남자, 여자 칸도 구분하지 못할까 봐 저렇게 극구 강조하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곳 화장실 문에는 남녀 칸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 ♀ 등의 표시나 치마, 바지 등의 식별 그림이 붙어 있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간단히 M(남자), W(여자)라고 쓰기만 해도 됐을 터인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남자 칸에는 ‘군자(君子)’라고, 여자 칸에는 ‘미인(美人)’이라고 한자로 씌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자를 모르는 서양의 각국 기자들이 자칫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가이드가 거듭 반복해서 얘기했던 것임을 화장실을 직접 이용해 보고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대로 격식을 갖춘 식당이어서 나름대로 동양적인 멋을 부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날의 저녁식사도 운치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화장실에 대한 기억이 더 깊이 남아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겠지요.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쑥스러운 생리현상을 처리해야 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의 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을 드러내 보여주는 곳이 화장실입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군자인지, 또는 미녀인지를 구분하게 만드는 곳이라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더욱 들게 됩니다. 지하철 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공원 등 어느 곳에서나 사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청소를 하면서 흘린 물이 바닥에 그대로 고여 있는가 하면 화장지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기도 합니다. 변기도 대체로 지저분하기 마련입니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화장지로 한번씩 닦아내고 이용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길거리를 지나다가 갑자기 볼일이 생겼는데도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 조마조마했던 기억을 한두 번씩은 경험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화장실이 있을 만한 건물을 찾아 황급히 들어가면 대개는 자물쇠로 채워 놓았기 십상입니다. 이런 사정이니만큼 화장실이 지저분하니 어쩌니 하는 자체가 과분한 투정이라 하겠습니다. 세계적인 ‘명품 도시’를 지향한다는 서울 도심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공중화장실이 많이 늘어난 데다 전반적으로 청결해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불쾌한 냄새가 진동하고 벽면이 온통 야릇한 낙서로 지저분하기만 하던 옛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새로 짓는 공중화장실은 외양과 내부 디자인에 있어서도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외벽에 천연 목재를 사용한다든가 자연 채광으로 밝은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공중화장실에 어린이용 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되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발전입니다. 정책적인 배려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심지어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교환대도 설치되도록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무실 빌딩마다 남녀 비율에 맞추어 여자 화장실을 늘리는 개조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우리의 생활수준이 향상된 데 비해 일반인들의 화장실 사용 습관은 거의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화장실 시설은 월등히 좋아졌어도 공중의식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의적으로 여겨지는 고장으로 변기가 틀어막혀 배변이 씻겨 내려가지 않거나 금연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도 담배꽁초가 바닥에 버려져 있기도 합니다. 요즘은 엉뚱하게도 몰카 걱정까지 해야 하는 지경입니다.

어차피 아무리 청결하게 유지한다고 해도 냄새가 나고 지저분해지기 쉬운 곳이 화장실입니다. 더구나 내 집도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같이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이용자들 스스로 문화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깨끗이 사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것이 서로가 신사이며, 숙녀임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평강이와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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