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아하 이준석 아자 표철민 아름답다
4ㆍ11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들의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매일 10여 건씩 선거정보라는 이름의 문자 메시지와 메일이 들어옵니다. 그걸 지우다 보면 슬그머니 짜증이 납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선거구도 하등 관계가 없는 나에게 왜 이런 걸 보내올까. 열심히 읽어 남들에게 널리 알려 달라는 뜻인가. 이메일 주소야 신문에 늘 나가는 거니 그렇다 치고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그런 예비후보들 가운데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념적 성향이나 인물 됨됨이를 비교적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도 어쩐지 걱정스럽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다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하려고 하는데 나만 여전히 죽치고 처져서 주저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역대 모든 총선이 다 그렇기도 하지만, 올해는 특히 더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거센 것 같습니다. 판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인지 어지간한 사람이면 다 출마를 하려 합니다. 공적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라와 사회에 기여하고 개인의 삶과 운명도 바꿔 보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정치라는 게 역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한 번 정치바람이 들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라면 진정한 국민의 대표로서 바르고 옳게 정치를 하고 나라 발전에 기여할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신이 공무 담임자로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과신이나 오만이 오히려 걱정스러워 보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정치판에 뛰어드는 신인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참신함이야 내세울 수 있겠지만, 능력과 전문성은 물론 도덕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무모한 용기에 놀랍고 아연해질 따름입니다.
지난해 10ㆍ26 재ㆍ보궐선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서울시장 보선 이후 정치판에 몰아 닥친 ‘안철수 충격파’와 선거를 통해 드러난 20~40세대의 표심이 이번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든 야든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내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 뽑듯 공천 적격자를 뽑기로 한 경우도 있습니다.
야당엔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여당은 인기가 떨어지는 정당 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20, 30대 젊은이들로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젊은 세대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한 사회의 혁명이나 변화의 에너지는 언제나 그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들의 용기와 정열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실할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젊은이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위로도 듣기 싫어합니다. 남의 고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빈말이라는 거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젊음은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먼 장래를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반드시 연령으로 진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게 됩니다. 극단적인 비유이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 노인이 서서 돌아다니는 젊은이보다 먼 곳을 본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젊은 패기와 정열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있고, 원숙한 경륜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간혹 젊은이들에게 무슨 무슨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말을 하게 될 때 젊은 시절에 해야 할 일, 읽어야 할 책에 관한 조언을 해달라는 요구나, “너는 우리 때 뭘 하고 살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지금도 세상 사는 일에 도무지 자신이 없는 사람의 말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해 주고 나면 나이라는 무기로 젊은이들을 속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준석씨는 27세라는 젊음에 하버드대 출신,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기업인이라는 다채로운 이력에 자유롭고 거침없는 언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 20대의 대표적 인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가 배우고 익힌 경제학 컴퓨터과학, 이런 것들의 지식과 공부가 새누리당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가 하면 그와 동갑인 표철민 루비콘게임즈 대표는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 산하 눈높이 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표씨는 자문위원 직을 그만두면서 “지난 이틀간 많은 말씀을 들었다. 아직은 말하기보다 듣고 배울 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씨처럼 당당하게 자기 말과 일을 하는 사람도 의미가 있지만, 표씨처럼 진중하고 겸허한 젊음도 아름답습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되고, 그의 장래를 지켜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젊은 시절은 인격적 성숙과 완성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모색하는 시기이며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이 특권인 연령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기도 하겠지만 노력하니까 청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젊음을 부러워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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