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그 여유로움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으니...
내가 어렸을때 아니 사물을 인지하기 시작 할 때부터 우리집엔 소가 있었다. 어떨때에는 산에도 가고 산에서 비둘기도 잡고(둥지에있는 새끼비둘기) 아버지한테야단 맞은적도 있었다. 정신없이 놀다보면 한밤중이 되어 있고 깜깜한 밤중에 소가있는데 가면 나 여기있네! 라고.. 그런데 내가 가장 하기싫은 것도 소 돌보는 일이었었다. 학교 갔다오면 개울가나 뒷산에 가서 소꼴을 베어 오거나 해야했고... 겨울에는 얼음판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가도 소죽을 끓이기위해 집으로 불려가야 했기때문이다. 우리 아버진 소를 많이 사랑하신것 같다. 똥을 떼어내시고 등을긁어 주어서 뺀지리리한 소로 만들어 놓곤 하셨지.. 국민학교 시절 수업을 듣다가 고개를 돌리면 저렇게 소를 끌며 밭을 갈고 있었다. 지금은 소가 이용되지 않겠지만 그때는 저렇게 소가 느릿느릿 걸어가며 그저 시간의 밭을 갈고 있었던지 소를 끄는 사람이나 바쁜거 없이 걸어가는 소나 한가롭게 보였다. 그 묵묵함이 아직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선생님의 수업을 듣지 않고 창밖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모습을 선생님이 설마 알지 못했을까 그러나 선생님이 한번이라도 제지한 적이 없었다. 그걸 보면 선생님의 마음에도 느리게 걸어가는 소의 행보를 뒤따르고 있었던지 모른다. 가끔 바빠서 허덕일 때 나는 문득 소가 천천히 걸어가던 모습을 불현듯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 내 나이 꺾어진 아흔을 넘기고도 아직 소의 그 여유로운 느림은 배우지 못했다. |
'좋은 글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들의 삶은 만남속에서 이루어집니다 (0) | 2008.05.07 |
---|---|
벗에게 (0) | 2008.05.05 |
범어사의 봄 (0) | 2008.04.28 |
나무...운문사의 나무 (0) | 2008.04.28 |
성공을 부르는 긍정적인 힘 (0) | 2008.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