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 혼담을 거절한 이유
066 혼담을 거절한 이유
독특한 화풍으로 메이지 화단에 이채로운 업적을 남긴 데라사키 고교는 처음에 의사가 될 생각으로 고향 아키다항에서 의학을 배웠다. 그러나 원래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기 때문에 열 여섯 살 때 방향을 전환, 그 고장의 고무로 이사이라고 하는 화가 밑에서 오로지 그밀 공부에 몰두했다. 그림 솜씨는 눈에 띠게 좋아져 스무 살이 될 무렵에는 스승이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자 곧 상경하여 동향 출신의 대가 히라후쿠 스이앙의 서생이 되어 그 집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를 계속했다.
그 후 하숙 생활을 시작했는데, 생활고가 워낙 심해 어쩔 수 없이 인쇄화의 판목을 뜨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면서 고학을 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에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어떤 사람이 당시의 유명한 화가 사타케 에이코의 딸과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혼담을 넣었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때이니 기꺼이 그 혼담을 승낙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고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모처럼 생각해 주신 배려 감사합니다만 장래 제가 유명해졌을 때 처갓집 덕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때문에 명가에서는 아내를 맞지 않을 생각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고교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생활 속에서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것은 과연 무엇과도 비교할 수도 없는 고통이다.
고통에 못 이겨 사람을 배신하고 지조를 팔고 윗사람에게 아첨하고 사악한 무리와 어울린 자는 동서 고금의 역사를 통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것이 인간의 취약점이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생활고에 무릎을 꿇은 수많은 사례에서 인간적인 공감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그 연약함을 극복한 불굴의 기개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이해 득실에 따라 재단하려는 세태의 큰 흐름 속에서 고교가 보여 준 기개를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들다. 오히려 너나 할 것 없이 유리한 조건에 매달리려는 작태가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고 있다. 이것은 적신호다. 항상 한 걸음 물러서서 세태를 응시하자. 매사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은 자칫하면 우리 몸을 찌를 수도 있는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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