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자객을 심복으로 삼은 아량
054 자객을 심복으로 삼은 아량
어느 날 가토 키요마사는 가신 몇 사람을 데리고 매사냥을 나섰다.
어느 산기슭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숲에서 험악한 사내가 뛰쳐나와 느닷없이 키요마사가 탄 가마를 칼로 찔렀다. 다행히 키요마사는 가마 뒤에 기대어 졸고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가신들이 그 사내를 붙잡았다.
키요마사는 가마의 문을 열어 젖히고 사내에게 물었다.
"누구냐? 왜 나를 죽이려 했는지 말하라."
사내는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대꾸했다.
"내 이름은 단에몽이다. 집도 없고 성도 없고 부모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러나 이렇게 보잘것없이 몰락한 것은 우리 일문이 키요마사에게 짓밟혔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오늘 그 원수를 갚으려고 온 것이다."
"나는 그런 기억은 전혀 없다."
키요마사는 부드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떤가. 그런 일로 부랑자로 살기보다 이번 기회에 내 가신이 될 생각은 없는가.
제법 힘깨나 쓸 것 같으니 후하게 대우하지!"
단에몽은 키요마사의 가신이 되었다.
키요마사는 약속대로 단에몽을 근위병으로 임명했을 뿐 아니라 어디에 가도 바로 옆에 두고 자신의 칼도 단에몽에게 맡겼다. 의심하는 기색은 추호도 없었다. 단에몽은 완전히 감동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 후로는 키요마사의 팔다리가 되어 충성을 바치다가 전사했다고 한다.
일단 의심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게 보인다. 마침내 의심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이어져,
결국 의심하고 있는 자신이 가장 괴로워진다.
자승자박에 빠지는 것이다. 의심이란 결국 어리석고 못난 일인극이다.
오직 자신의 손으로 의심의 고비를 싹둑 자르고 마음을 비워야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량이란 그렇게 마음을 텅 비운 상태를 말한다.
자신을 원수라고 여기고 죽일 기회를 엿보던 자에게 칼을 맡기는 배포를 접한다면 단에몽이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그 품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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