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국가
국민여러분! 우리는 앞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강구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복지국가를 건설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서유럽의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조차도 지금은 사회보장 예산을 줄여 가는 상황인데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실시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반론은 전혀 말이 안 됩니다. 국가예산의 50% 이상을 사회보장예산으로 쓰는 나라에서 그 일부를 줄인다고 해서 그것을 이유로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나라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실시를 반대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됩니다. 앞으로 서유럽 국가들도 사회보장제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겠지만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의 개념부터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체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아서 사회보장제도의 의미조차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못합니다. 그저 굶어죽게 생겼을 때 국가가 일정한 액수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도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고 또 이들 제도가 이미 오래 전부터(1977년과 1988년) 실시되고 있으나 이들 제도가 전부 국가재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가(기업도 포함) 보험료를 직접 내서 되찾아 가는 형식이니 사실은 사회보장이 아니라 사회보험이며, 이것은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이긴 하나 이런 식의 사회보장제도로는 사회보장제도 본래의 취지를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실시해야 할 사회보장제도는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국민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료와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국가가 책임진다고 해서 국가가 돈을 찍어 책임을 진다는 것이 아니고, 국가재정 곧 국민이 낸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할 뿐 별도의 보험료나 다른 방식의 부담을 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즉 의식주비용은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 대한 지원이 되겠고, 의료와 교육은 전 국민에게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의료의 경우도 의료보험료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으로 해결해야 하며, 특히 교육의 경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누구나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등록금만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서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은 없게 하는 것이 사회보장제도입니다. 대학도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학을 일률적으로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대학의 경우도 돈이 없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사람은 없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어야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미 서유럽 복지국가들은 근년에 다소간의 변화가 있긴 하나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거니와 그들이 어떤 제도를 채택하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지난날은 사회보장제도란 것이 노인, 장애인, 실업자 등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의 생계를 국가가 책임져 주는 제도였으나 이제 노인이나 장애인, 실업자 등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제도가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격경쟁력을 포함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대량실업과 소득양극화(무소득자 양산) 현상을 불가피하게 수반하게 될 정보화사회를 맞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전 국민을 상대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도 제도적으로는 사회보장제도가 상당 정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법제도상으로는 없는 법이 없을 정도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 모자보건법, 모성보호법, 노인복지법, 남녀고용평등법, 생활보호법, 사회보장기본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사회보장관련법이 화려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나 선언적 의미만을 담고 있을 뿐 실질적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법 내용 자체가 다분히 형식적인데다 예산의 뒷받침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0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대단히 중요한 법이고,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런 법률이 제정되어 실시되고 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내용을 보면 이 법의 혜택을 받기가 너무나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우선 법의 내용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어지간해서는 이 법의 절차에 따른 지원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4인 가족의 경우 매월 103만1천 원인데, 그 수급조건이 너무나 까다롭습니다. 자동차를 한 대만 가지고 있어도 수급대상에서 제외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2002년 2조 8천억 원이던 것이 2007년에는 7조 3천억 원으로 늘어났으니까 상당정도 개선되고 있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굶어죽게 생긴 사람에게나 기초생활보장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이 문민정부 3.2%, 국민의 정부 5.6%에서 2005년에는 8.6%로 늘어났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한심한 수준에 있습니다. 미국, 일본의 2분의 1, 유럽 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국민여러분!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온갖 사회보장관련 법률이 있긴 하나 사회보장제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내 것이 없으면 굶어 죽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고, 또 사실이 그러합니다. 사회보장혜택을 받고 살아가야 할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회보장제도가 없다시피 합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보장예산이 국가예산의 12.1%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2007년도 국가예산 156조5천억 원(일반예산) 가운데 순수 사회복지예산은 이 가운데 약 15%인 약 24조 원 정도 됩니다. 노무현정부는 국가 총예산(특별회계, 연기금 포함) 238조5천억 원 가운데 25.9%인 61조8천억 원이 사회복지 보건 부문 예산이라고 하나 이 가운데 사회복지 보건 부문 예산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복지예산이 이렇게나 늘어나는데도 국민들이 이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본래 적은 액수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책정된 예산마저 엉뚱한 데 다 쓰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국가예산의 50% 이상이 사회보장예산이거니와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필리핀, 멕시코 등도 사회보장예산이 국가예산의 30%를 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이 되어 있지 않는 대신에 ‘개인보장’이 발달해 있는 나라입니다. 즉 노령, 장애, 실업, 사망 등의 재난에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보험이나 적금을 들어놓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국가재정에서 사회보장을 위해 쓰는 돈은 연간 24조 원 정도밖에 안 되지만 국민이 개별적으로 재난에 대비하여 보험에 드는 액수는 연간 약 50조 원이 넘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하면 돈 있는 사람은 보험을 들어 재난에 대비하고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재난에 대비할 방법이 없음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회보장의 중요한 축으로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운용하고 있으나 이것이 국가재정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가입자 본인과 기업의 보험료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장적 성격이 대단히 약합니다. 즉 사회보장제도가 ‘사회보험’의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중요한 특성인데, 이러다가 보니까 사회보장의 주된 취지인 가난한 사람에게는 혜택이 너무 적고 이미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혜택이 많습니다. 국민연금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이 무려 450만 명이나 되는 것도 정말로 사회보장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은 사회보장에서 제외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는 59.4%,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는 48.3%, 국민연금에 가입된 노동자는 52.4%밖에 안 됩니다.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주로 저임금의 영세사업장 노동자나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일용직과 임시직 등 비정규노동자들인 바, 이 사람들이야말로 사회보장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인데 그렇지 못합니다.
국민여러분! 여기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점을 몇 가지 지적하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사회보험’이지 ‘사회보장’이 아닙니다. 국가예산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하는데, 수익자의 보험료로 실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받지 못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취지를 살릴 수 없습니다. 사회보장제도란 돈 많은 사람이 돈을 많이 내서 돈이 없거나 적은 사람을 돕자는 제도인데, 사회보험으로 하면 이러한 취지가 거의 살려지지 않습니다. 국가예산으로 하는 사회보장이라야 소득세의 누진제도에 의해서 돈 많은 사람이 많은 부담을 지게 됩니다. 사회보장제도란 기본적으로 소득재분배제도인데 사회보험으로 하면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둘째, 사회보장제도는 본래 부익빈․빈익부 곧 부자는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좀 줄고 가난한 사람은 사회보장제도로 말미암아 소득이 좀 느는 제도인데도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부익부 · 빈익빈 즉 부자는 노령, 장애 등 재난까지 확실히 대비할 수 있게 해 주고, 가난한 사람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할 수 없게 하는 제도입니다. 가령 공무원, 교사, 군 장교 등 생활이 안정되어 있는 사람의 연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되고 있으면서도 정작 연금이 필요한 영세사업장 종사자나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에게는 아직도 연금제도가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퇴직금도 사회보장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이나 국영기업체 등에서 30년 정도 근무해서 이미 퇴직금을 받지 않아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3억 원 내지 5억 원의 퇴직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상시고용인원 5명 미만이거나 영세사업장에서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셋째, 사회보장제도가 너무 복잡합니다. 우선 관련 법률이 세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으며, 법이 하나 생겼다 하면 그 내용이 방대합니다. 사회보장관련 법률(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포함)만 모아도 1500쪽 이상의 대형 법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실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사실은 국민을 향해 사기를 치는 것인 동시에 사회보장관련 공무원 등에게 엄청난 권한을 주어 부정하게 온갖 특혜를 주게 하는 것일 뿐입니다. 앞에서 온갖 사회보장법률을 소개했습니다만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노동자의 생활향상과 고용안정지원에 관한 법률’, ‘근로자의 주거안정과 목돈마련지원에 관한 법률’, ‘중소기업 근로자복지진흥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사내근로복지 기금법’ 등 끝이 없습니다. 노동자의 생활향상을 위한 법이 없어서 노동자의 생활향상이 안 되는 것입니까? 그러면 이런 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생활향상이 되겠습니까? 주거안정, 목돈마련을 하라고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 주려고 하고 있으니 가히 ‘복지천국’이라 할 만하나, 사실은 이런 법률을 제정하는 것 자체가 노동자들의 생활향상, 주거안정, 목돈마련이 어렵게 되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이런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법률에다 그 시행령, 시행규칙, 시행규정까지 합하면 법률학박사도 이 제도들을 다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복잡해야 이 과정에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서 좋은 점도 있겠으나 이렇게 되면 국민의 복지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관련법규가 이렇게 복잡하면 관련공무원들의 권한이 세어지고 그래서 부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나 혜택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 같지만 저의 느낌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정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지식인)이 너무 사악하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복지를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략적인 선심을 쓰고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온갖 복잡한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너무나 가증스럽습니다. 그것도 없는 사람을 돕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을 모르거나 속아 넘어가고 있어 중간관리자들만 살찌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법규를 단순화해야 합니다. 설사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측면이 다소 있더라도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온갖 부정과 특혜가 생기게 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선까지는 무슨 특례나 제척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국민소득수준으로 보나 국민의 기본생활이 보장되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나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 즉 의식주와 의료, 교육 등은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게 해 놓고서, 그 위에서 경쟁도 하게 하고 특례도 인정하게 하는 것이 옳습니다. 흔히 사회보장제도를 강조하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볼 만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회보장제도가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주의는 국민의 모든 생활, 곧 생산, 분배, 소비 등 모든 부문을 국가가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가운영 시스템 자체가 사회보장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사회보장제도가 필요 없습니다. 사회보장제도는 사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필요한 제도이고 또 자본주의체제를 유지하는데 꼭 요구되는 제도입니다. 엄격히 말하면 사회주의화를 막는 제도입니다. 서유럽 국가들에서 사회보장제도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도 한편으로는 국내적으로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구사회주의 국가들과의 대결에서 국민적 단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보장법의 제정동기도 국민의 복지 실현에 있기보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와의 대결에서 영국 국민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회보장제도는 이미 시대착오적이 된 사회주의로의 선회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단결과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사정이 이러하거늘 사회보장제도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쪽에서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더러 사회보장정책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사회주의 정책을 채택한다고 비난한 일이 있는데,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가 서민대중을 위한 사회보장정책을 제대로 강구한 것도 없거니와 설사 다소 강구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두고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얼마나 사회보장에 인색한가를 말해줍니다. 또한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를 사회주의정부로 몰아붙이고 싶은 뜻도 들어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색깔공세일 뿐입니다. 색깔공세를 취하면 한나라당에 유리하리라고 보아 그런 얼토당토 않는 색깔공세를 취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오히려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가 그동안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서민들을 괴롭혀온 것을 은폐시켜 줌으로써 김대중정부이나 노무현정부를 옹호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회보장제도는 노인이나 장애인, 실업자 등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안정된 삶과 사회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더욱이 입시지옥을 없애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하고,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부가 비생산적인 데 사장되어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실시되어야 임금과 물가를 동시에 낮춤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의 실시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놓아야 기업의 구조조정 등 각종 개혁조치를 순조로이 강구할 수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없어 현재의 직장에서 쫓겨나면 그대로 굶어죽는 처지에 놓이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결사적으로 투쟁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되면 개혁이 어렵습니다. 또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함이 없이 기업구조조정 등 사회개혁을 단행하려고 하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없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기업구조조정, 금융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면 저렇게나 무식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정리해고를 할 때 온갖 지식인이나 정부관계자들이 TV에 나와 서구 각 나라들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왜 반대하느냐고 반문한 일이 많은데,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서구에서야 실업수당만 받고 살아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으니 정리해고를 수용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쫓겨나면 굶어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국민여러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우리 사회의 각박함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내 것 없으면 굶어죽는 세상이다 보니 악착같이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되고 그것이 무자비한 경쟁과 온갖 부정과 범죄까지 초래합니다. 누구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좋겠지만, 공부하기 싫고 일하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최소한의 공부와 일을 하는 한 그에게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런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사회의 각박함, 살벌함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입시지옥도 없앨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일등을 하거나 일류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취직하기가 힘들고 평생 온갖 서러움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한 악착같이 공부해서 일류대학에 들어가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입시지옥이 없어질 수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자녀들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녀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8세만 되면 부모를 떠나 사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를 떠나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아도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돈은 물론 용돈까지 국가에서 받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부모가 죽을 때 유산을 자기 자녀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하지 않으면 그 유산이 국고로 귀속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예외적인 현상인 것이지요. 자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자기 나름으로 설계해서 살라는 것이겠지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기회균등이고, 또 진정한 자아실현의 인생일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노령화나 기타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재산을 보유하게 되고 심지어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도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자 합니다. 즉 재산을 사용가치를 위해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가치를 위해서 소유하게 되니 그 재산은 사장되어 있는 것이고 심지어 낭비되는 것입니다. 가령 두 사람이 살면서도 50 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노령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어야 공직자의 부정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1993년 초와 1998년 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제주도와 용인 등지에 부동산을 많이 가진 공직자가 많아 왜 그렇게나 많은 부동산을 사두었느냐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노후대책을 위해 사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장관도 노후대책은 있어야 하겠기에 그런 대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어 개별적으로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자원의 사장화를 막을 수 있고 또 공무원의 부정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기 때문에 임금과 물가가 높습니다.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서 의료비와 학비, 노후대책비 등을 국가가 책임져주면 임금이 낮아질 수 있고, 그래서 물가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임금이 높으니 우리나라의 자본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외국의 노동자들은 우리나라로 밀려듭니다. 물가가 높으니 수출은 잘 안 되고 외국에서의 수입은 폭증합니다. 외국 특히 중국에 외국시장도 내주고 국내시장도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시정하려면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서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인하되게 해야 합니다. 글로벌(지구촌) 경제가 될수록 제도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세계화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가운영 시스템을 세계화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포함한 국민의 복지도 증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보통 다음 두 가지 반론이 제기됩니다. 하나는 이른바 복지망국론이고 다른 하나는 예산타령입니다. 둘 다 잘못된 반론입니다. 서유럽 국가들에 복지망국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근년에 접어들어 사회보장예산을 상당정도 줄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거의 완벽할 정도로 실시되고 있으며 예산을 줄이기는 했으나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해칠 정도로 예산을 줄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 보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복지망국론을 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망국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복지부재로 인한 망국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이미 복지제도의 부재로 인한 사회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막대했다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복지망국론을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우리도 복지망국적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할 대책을 강구할 필요는 있습니다. 이것은 서구에서처럼 ‘소득재분배성 소비적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보장성 생산적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기회보장성 생산적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복지망국 현상 곧 노동기피 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도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예산타령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예산이 없어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산(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또 좀 유식하다 싶은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려면 국민의 세금부담이 커져서 국민들이 조세저항을 해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세금이란 것이 국민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국민이 부담할 세금부담은 늘어나겠지만 그것은 주로 고소득층의 일이고 서민대중은 세금은 별로 늘어나는 것이 없이 혜택만 크게 확대되겠기 때문에 다수 국민은 더 좋아하게 되어 있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민의 요구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을 하지 않는 대신 ‘개인보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도 기업도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실시하려면 약 10조 원의 예산을 증액하면 되는데, 이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개인부담 의료비 약 9조원,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등 보험료 약 40조원, 퇴직금으로 약 25조원, 그리고 불우이웃돕기 성금, 각종 의연금, 장학금, 부조금 등 약 100조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돈 가운데는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더라도 들어갈 돈이 있으나 그것은 10조 원 미만일 것입니다.(예산과 관련해서는 졸저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를 참조하시기 바람) 국민여러분! 예산(돈)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들이 얼마나 어리석기 쉬운지 되돌아봅시다. 교육비를 사회보장제도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 많은 교육재정을 어떻게 사회보장제도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국민여러분! 그러면 교육비를 사회보장비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돈을 국민이 부담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교육비는 국민이 부담합니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교육비를 부담한다는 것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그 돈으로 교육비에 충당한다는 것이고,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교육비를 충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비를 국민이 직접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자녀들의 교육비는 국민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비 문제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서 해결을 하든 않든 국민이 부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교육비를 사회보장 형태로 해결하는 것이 국민 모두에게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비용도 절감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비로 31조 원의 국가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학부형이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약 20조 원을 넘습니다.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개인은 개인대로 부담하는 것이 현재의 교육비제도입니다.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면 현재와 같은 사교육비는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민여러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면 세금부담이 너무 무거워질 것처럼 생각하나 그 부담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부담하게 되어 있어 서민대중이야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따지고 보면 그것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지금은 법인세를 소득의 약 38% 정도 내고 있으나 사회보장제도를 완벽하게 실시하는 경우 그 부담이 약 43% 정도 될 것입니다. 서유럽 국가들의 법인세 부담이 약 43%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대신 각종 부담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 돈만 하더라도 추가로 부담할 법인세보다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 노동자 임금의 약 16%(퇴직금 8.3%, 국민연금 4.5%, 건강보험 1.7%, 고용보험 1.5%)를 사회보장비로 부담하고 있는 바, 이것은 사회보장제도를 위해 법인세를 현재 보다 약 5%포인트 더 내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함을 보여 줍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국가예산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보장 성격의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이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상호부조가 있게 마련이고,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회보장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이러한 부조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게 하여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사회보장제도의 실시를 주장하면 국민소득이 좀 더 높아진 다음에라야 실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유럽 국가들은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그런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국민소득이 낮아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지 못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국민소득이 3천 달러 미만일 때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기가 어렵겠지만 국민소득이 5천 달러 이상이면 얼마든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약 2만 달러 정도인데 서구 각국은 국민소득이 1만 달러 미만일 때도 지금과 유사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했습니다. 요컨대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일 때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할 수 없다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 5만 달러가 되어도 실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정보문명시대를 맞아 한편으로는 대량실업, 소득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의 정보화를 통해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으로써 인간의 해방된 삶까지 실현할 수 있게 된 터에 국민의 복지 보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도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려면 이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대통령이 특별담화 형식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즉 세금을 현재보다 약 50% 정도 더 내는 대신에 국민이 의료비, 교육비, 기타 재난대책비(보험료 등) 등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설명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보장 실시와 더불어 국가운영의 틀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함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협조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결국 국민의 힘으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국민의 힘으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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