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보이념의 기본원리 : 자율, 상생, 순환, 조정
국민여러분!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은 객관적 상황에서 인간의 해방된 삶을 실현하려면 새로운 진보이념의 기본원리를 자율, 상생, 순환, 조정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자율, 상생, 순환, 조정의 기본원리에 기초해서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할 기본원칙이 있어야 하겠는 바, 저는 공동체민주주의, 민주적 시장경제, 보람노동주의, 국가복지주의, 비폭력조정주의를 새로운 이념의 기본원칙으로 삼는 것이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의 이념을 ‘민주시장주의’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보문명시대에 적용해야 할 새로운 진보이념의 원리를 왜 자율, 상생, 순환, 조정으로 해야 하며, 그 각각의 내용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산업문명시대까지의 이념의 기본원리는 지배, 착취, 혹사, 투쟁이었는데, 그것은 자본과 노동력이 생산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보문명시대가 되면서 지식과 기술과 정보가 생산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이념의 기본원리도 자율, 상생, 순환, 조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지난날의 산업문명시대에도 지식과 기술이 생산력의 발전에 중요했고, 그리고 정보문명시대가 되어도 자본과 노동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산업문명시대에는 지식과 기술이 종속적인 역할을 했던데 반해 정보문명시대에는 지식과 기술이 자본과 노동보다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식과 기술도 자본과 노동의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자본과 노동을 노동의 양적 표현이라고 한다면 지식과 기술은 노동의 질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노동의 양이 생산력을 결정하던 시대에서 노동의 질이 생산력을 결정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리고 이것은 물질위주의 시대에서 정신위주의 시대로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산업문명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자본이 많으면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었고, 생산된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하여 투입한 노동의 양 곧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가치설’이 상품의 가치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통용되었고, 이 이론에 따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 성립되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또 노동자로 하여금 더 많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배와 착취와 혹사가 사회운영의 기본원리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지배와 착취와 혹사가 지나칠 경우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며, 다른 한편으로 자원의 유휴화를 통한 낭비가 심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대중정치역량의 강화에 힘입어 지배와 착취와 혹사를 견제하는 투쟁이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인정되었습니다. 즉 자본축적과 노동시간의 연장을 위한 지배와 혹사와 착취도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했지만 이것이 과도해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투쟁도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보문명시대에는 생산된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하여 투입한 노동의 양 곧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의 생산을 위해 투입한 지식이나, 정보, 기술, 곧 노동의 질에 의해 결정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이제 노동시간을 늘인다고 해서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품질개선을 해야 더 많은 상품, 즉 부가가치가 더 높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창의성과 근면성을 발휘토록 해야 하는 바, 노동자들이 창의성과 근면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노동자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문,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산업문명시대를 맞아 사회를 운영함에 있어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할 기본원리는 자율이지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물론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모든 사물의 상호관계에는 상생의 원리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생이 또한 새로운 이념의 중요한 원리가 됩니다. 즉 상생의 원리에 따라 사회를 운영하고 삶을 영위하지 않으면 사회도 개인도 발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보문명시대는 생산력의 발전과 대중정치역량의 강화로 인간의 해방된 삶을 실현할 수 있게 된 바, 인간이 해방된 삶을 살 수 있으려면 궁극적으로 우주와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을 살고 또 그 섭리를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겠기 때문에 순환이 사회운영의 기본원리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환은 우주의 기본질서 내지 자연의 섭리를 말하는 것으로 순환의 원리를 잘 활용하고 또 거기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야 사회도 발전하고 각 개인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정보문명시대에 적용할 새로운 진보이념의 기본원리에 조정이 있는데, 조정은 산업문명시대의 투쟁과 대비되는 원리로 이제 상호간에 대립과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투쟁이 아니라 조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쟁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조정도 투쟁의 한 형태가 될 수 있고, 투쟁 또한 조정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우주질서의 차원에서 보면 투쟁은 당연히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기 위한 조정의 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투쟁이 힘의 논리에 따라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조정은 토론과 합의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사회적 생산력의 발달과 각 부문 대중정치역량의 강화로 투쟁을 통하지 않고도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게 되었기 떼문에 투쟁이 아니라 조정으로 사회와 개인간의 문제이든 개인 상호간의 문제이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보문명시대에는 자율, 상생, 순환, 조정을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채택해야 하는데, 이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지식과 기술과 정보가 생산의 원동력이 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중정치역량의 고양으로 대중이 자신의 권리와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투쟁한 성과물이기도 합니다. 대중이 자주성을 인정받지 못해도 가만히 있다면 자율을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채택하지 않아도 그만일 것입니다. 이제 자주성을 인정받지 않고 그냥 있을 대중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율, 상생, 순환, 조정을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하게 된 것은 대중을 위한 것입니다. 다만 이제는 지난 시대와는 달리 대중을 위한 것과 지배계층을 위한 것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이견이 제출될 수 있으나 앞으로 이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정보문명시대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를 자율, 상생, 순환, 조정으로 하게 된 것은 과학 기술의 발달, 생산력의 발전, 대중정치역량의 강화, 지식과 기술의 생산성 강화, 대중의 자주성 보장, 우주의 섭리에 대한 순응, 인간해방의 실현 등의 상호관계를 검토한 끝에 나온 결론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기본원리는 그저 좋은 내용이기 때문에 채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본원리를 채택하지 않으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 예컨대 노사대립, 대량실업, 소득양극화, 환경파괴, 인간성상실, 이념대립, 종교갈등 등을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채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올리기 위해서도 이 기본원리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이 기본원리를 실천해야 하는 것은 정보문명시대를 맞아 생산력의 발전과 대중역량의 강화로 인간의 해방된 삶을 실현할 수 있게 된 터에 인간의 해방된 삶을 실현하려면 지난날의 지배, 착취, 혹사, 투쟁이 아니라 자율, 상생, 순환, 조정을 사회운영의 기본원리로 채택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오늘의 세계적 대변화는 ‘후천개벽’이라고 할 만큼의 문명사적 대전환입니다. 즉 산업문명시대로부터 정보문명시대로의 전환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던 인간해방이 실현되는 시대로의 이행을 의미하고 그런 점에서 후천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바로 인간의 정신이 온전한 자유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인간의 입장에서는 정신문명시대의 도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불교나 천도교 및 증산도의 교리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오늘의 시대적 상황과 과제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물질의 발전법칙을 탐구하는 자연과학이 첨단까지 발달함으로써 첨단과학기술이 나왔고 이에 기초해서 정신혁명이 일어나 정신이 역사발전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시대상황은 자연과학이 첨단까지 발달하고 이에 따라 정신수준이 최고도로 발달함으로써 사회운영과 인간해방의 두 축이었던 정치와 종교가 통합되어 가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날은 정치는 물질세계의 풍요를 위한 노력이었고 종교는 정신세계의 해방을 위한 노력이었으나 물질과 정신이 통일되고 정신이 물질세계를 주도하는 상황이 되면서 정치와 종교가 통합되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종교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인간해방(구원, 해탈, 자유, 개벽 등)을 이제 정치를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제가 이런 것까지 언급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참으로 심오한 의미를 지지고 있고, 그래서 잘 대처하면 모든 사람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나 잘못 대처하면 인간사회가 붕괴하게 되어 있음을 역설코자 해서입니다. 그래서 이제 종교도 바뀌어야 합니다. 종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세계는 외면한 채 신앙과 기도를 통해서 해방을 얻으려 하는 ‘계시종교(啓示宗敎)’에서 벗어나 현실생활에서 사물의 근본이치를 깨닫고 그것에 합당한 삶을 삶으로써 해방을 얻는 ‘이지종교(理智宗敎)’로 바뀌어야 합니다. 어떤 종교도 계시종교적 성격과 이지종교적 성격을 다 담고 있는데 이제 이지종교적 성격을 더 부각시켜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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